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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녕하세요 😊 따뜻한 감성 한 스푼, 오늘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이야기로 찾아왔어요. 최근 종영된 드라마 폭싹속았수다, 아직도 마음에 여운이 가득하지 않으신가요? 그중에서도 극 중 인물 오애순이 남긴 시들은 그냥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보물 같았죠. 짧은 구절들 속에 담긴 진심, 눈물, 그리고 웃음까지... 오늘은 폭싹속았수다 속 오애순의 시들을 모아 다시 읽어보며, 그 감동을 되새겨보려 해요. 🥲💛
폭싹속았수다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가 아니었습니다. 우리 어머니, 할머니, 그리고 나 자신의 이야기가 겹쳐지는 듯한, 삶 그 자체의 기록이었어요. 그중 오애순이라는 인물은 모든 감정의 중심에 있었고, 그녀가 남긴 시 한 줄 한 줄은 대사 그 이상의 문학적 울림을 주었습니다.
먼저 1회에 등장한 시, '개점복'.
단어 하나하나가 제주 어투로 담백하게 그려졌지만, 속을 다 태우는 엄마의 애틋함이 느껴졌죠.
📜개점복
허구헌날 점복 점복.
태풍와도 점복 점복.
딸보다도 점복 점복.
꼬르륵 들어가면 빨리나 나오지.
어째 까무룩 소식이 없소,
점복 못 봐 안 나오나,
숨이 딸려 못 나오나,
똘내미 속 다 타두룩
내 어망 속 태우는
고 놈의 개점복
전복 팔아 버는 백환.
내가 주고 어망 하루를 사고 싶네.
허리아픈 울어망,
콜록대는 울어망,
백환에 하루씩만
어망 쉬게 하고 싶네.
이 시 한 편만으로도 제주 여성들의 고단한 삶과 모성애가 그대로 전해지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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또, 8회에서 나온 시 ‘제주’는 단출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었어요.
📜 제주
천 마넌 파도.
천 만번 바람에도
남아있는 돌 하나.
내 가심 바당에
삭지 않는 돌 하나.
엄마.
짧은 다섯 줄. 그 안에 제주의 풍경과 한 여자의 인생, 그리고 엄마가 담겨 있어요.
같은 화에서는 ‘추풍’이라는 시도 등장합니다. 고딩들 백일장에서 즉흥적으로 써 내려간 시였는데, 순식간에 장원으로 뽑히며 모두를 놀라게 했죠.
📜 추풍
춘풍에 울더 바람
여적 소리내 우는 걸,
가만히 가심 눌러
점잖아라 달래봐도
변하느니 달이요,
마음이야 늙겠는가.
중년 여성의 감정이 이토록 세련되게 시로 표현되다니... 폭싹속았수다는 정말 특별한 드라마였어요.
그리고 이 시도 빼놓을 수 없죠.
📜아꼬운 당신
어려서는 손 붙들고 있어야 따신 줄 알았는데
이제는 곁에 없어도 당신 계실 줄을 압니다.
이제는 내게도 아랫목이 있어,
당신 생각만으로도 온 마음이 데워지는 걸.
낮에도 달 떠있는 것 아는 듯이 살겠습니다.
그러니 가려거든 너울너울 가세요.
오십 년 만에 훌훌, 나를 내려 두시고.
아까운 당신. 수고 많으셨습니다.
아꼬운 당신, 폭싹 속앗수다.
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장면이었죠. 오랜 시간 함께한 이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, 그 자체가 하나의 인생이었어요.
또 다른 회차에서는 초등학생 시절 애순이 쓴 일기도 나오는데, 그 순수함에 웃음이 절로 납니다.
📜초딩 애순의 일기
우리 반 급장은 가짜 급장.
크림빵 급장.
크림빵이 백개 있어도
이만기는 백점은 못 맞는다.
나는 백점이다.
😂 아이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이 문장들, 너무 귀엽죠?
그리고 16회, 클로이에게 보낸 원고 '물심양면'에서는 과거의 상처를 잊지 않고, 그 아픔을 자식에게는 물려주지 않으려는 어머니의 다짐이 절절하게 담겨 있었습니다.
📜물심양면
오애순 37표.
이만기 28표.
아직도 숫자 하나 못 잊는다.
천하장사 이만기도 이름 듣기 아펐다.
물심양면 안 돼서
육군장성 아들한테 내 금장 뺏기던 날.
어린 맘이 불덩이를 삼켰다.
내 새끼들 낳고서 하나만 생각했다.
물심양면 안 돼서 급장 뺏기는 마음
우리 애들은 절대로 모르게 할 거라고,
선생님 고맙습니다.
그 마음 하나
이를 꼬 물고 살게 하데요.
이 시는 진짜…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.
그리고 이 시도 빼놓을 수 없어요. 애순과 남편의 관계를 담은 시 '개코딱지'.
📜개코딱지
한 뼘이나 작았다.
분명히 지가 오빠라는데.
개코딱지만 한 게
자꾸 나만 쫓아다녔다.
천덕꾸러기 부엌떼기.
눈칫밥 식모살이
서러워 엉엉 발을 동동 구를 적에
나 챙피한 꼴만 다 들켰다.
개코딱지 같은 게 그렇게나 얄밉더니
그때 그 코딱지가
내 태산이 되었네.
웃음과 눈물이 함께 섞인 사랑 고백, 이보다 따뜻할 수 있을까요?
📜동갑되던 날
엄마 잃던 나이가 열 살이었네.
고아 되던 나이가 열 살이었네.
손주보담 어린 나이에
손등 터 밭 갈던 나 생각에 서웁다가도
그 속을 생각하면 비할 바가 아니라
비할 바가 아니라...
자식 셋 두고가던
우리 어망 나이가
스물 아홉이었네.
스물 아홉이었네.
나 스물아홉 되던 날
열 살처럼 울었네.
이 시는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를 여실히 보여줘요. 세대를 거슬러 흐르는 여성들의 삶과 기억, 그것을 오애순은 시로 남겼습니다.
여러분, 어떤 시가 가장 기억에 남으셨나요? ✍️ 저는 '개점복'과 '아꼬운 당신'이 아직도 가슴 깊이 남아 있어요. 드라마 속 시들을 이
렇게 다시 읽으니, 정말 오애순 시집이 정식 출간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. 혹시 출간된다면 꼭 소장하고 싶은 분들 많으
시죠? 💛 여러분이 가장 좋아했던 시나 구절, 댓글로 함께 공유해 주세요. 오늘도 마음 따뜻한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. 😊